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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6-08 01: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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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기고 = 유영희 시인] 인동초가 피는 유월이다. 볕이 잘 드는 숲 길 가장자리 전국 어디서나 노랗고 붉은 하얀 꽃 색을 가진 덩굴로 뻗어가는 끈기의 나무이다.

 

어떤 악조건에도 굴하지 않고 생장을 이어가는 예쁜 꽃에게 미니멀리즘을 실현하는 누구든 가진 것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을 막연한 이 시대 희망의 꽃이다.

 

인동(忍冬)이란 끌어당기다, 일으키다, 마음을 사로잡아 감동시키다, 유발하다의 어학사전 출처를 안고 있다.

 

흔히 사는 일을 사람살이라 한다. 사는 법을 검색하면 주식, 게임, 비행기 표 싸게 사는 법, 너 없이 사는 법, 남자답게 사는 법, 잘 먹고 잘 사는 법, 오래 사는 법, 마음으로 사는 법, 아무리 무수히 사는 법을 나열해도 현실생활이란 실전은 새벽의 고요한 법고처럼 털고 일어나야 고달픈 그 꽃빛 환해진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도록 태어났다.”라고 백석 시인은 <흰 바람벽이 있어>에서 무겁고 버거운 체념적 운명론을 이야기한다. 가난하고 슬프고 외롭고 쓸쓸해도 내면에 흐르는 고결함이 생의 위안이고 자기 성찰이기에 시는 서정을 잃지 않는다.

 

익숙한 것은 불편하지 않다. 풍요보다 불충분 요건이 지속되다보니 그것이 본질처럼 녹아 오히려 “텅빈 충만”을 느낀다.

 

가장인 친구는 얼마 전 오랫동안 운영하던 피부 마사지 가게를 접었다. 겨울을 지나 초여름이 다되어서 취업을 했다.

 

비싼 임대료와 직원 급여를 주고나면 근근한 가게 살림에 지쳐 내린 결정이었지만 잠시도 놀 수 없는 형편에 코로나 19 직격탄을 맞았다. 수개월 백수 아닌 백수로 지내면서 마음 편하지 않았다는 친구가 마트 청과 야채를 담당하는 직원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동네 인근이라 친구도 보고, 장을 보러 들어서니 바삐 움직이며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너무도 환하고 생기가득 넘쳤다. 환경에 어떤 투정이나 굴복 없는 활력에 유쾌하다.

 

서정주 시인은 자화상에서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는 시어를 남겼다.

누군가의 노동은 공사판 잡일이고, 외판원이고, 장사꾼이기도 하다.

 

공장 노동자는 쇳밥을 먹고 살고 하역장 인부는 어깨가 무르다. 감정 노동자는 목이 쉬도록 상냥해야 하고 식당의 반찬은 간이 맞아야 손님이 북적인다.

 

그러면 그것이 자신을 살아가게 하는 바람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생들이 반짝이는 작은별 이어도 좋으니 바람 앞에 꺼지지 않기를 염원한다.

 

일과 사람에 ‘하찮다’란 말은 언어도단이다. 하찮은 사람이 어디 있으며 귀천이 무엇인가. 잡일만 하다 저물어도 나는 행복하다.

 

일소일소 일노일노 시너지를 가지고 모든 복잡한 구실과 소음들은 노이즈 캔슬링(Noise-canceling)하자. 인동의 눈부신 꽃이 되어 신나게 살아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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