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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5-29 10:5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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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찰나의 시간에도

변함없이 지축을 뚫고 하늘을 연다

 

남풍은 동토(凍土)를 녹이고

햇살은 흙덩이를 잘개 부수더니

빗물은 땅속 잠자던 씨앗을 깨우며

이내 광야의 새싹을 틔운다

 

푸른 창공 노고지리

뱅뱅 맴을 돌며 노래하며

오르락내리락 연신 내래 짓 한다

 

"어깨동무 내 동무

보리가 나도록 씨동무"

코흘리개 아이들

흙바람, 거름 내음을

고향의 향기라 믿고 여기며

청 보리밭 이랑을 신나게 달린다

 

시간은 늘 그 자리에

머물 것만 같았는데....

 

어느덧 보리밭에 노을이 내리면

샛별은 잠을 깨고

노고지리 집 찾을 시간이면

어디선가 아득히 들려오는

보리피리 소리는 해 질 녘

날 찾던 어머니의 음성처럼 들려온다

 

보리밭 그곳은 마음의 고향

내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다

동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과

맑고 초롱한 눈망울 짙은 그리움이

가슴 깊이 깊이 스며든 정든 보리밭.

 

    


보리는 가장 오랜 작물 중의 하나로 전 세계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다. 이런 흔한 보리에 대한 시선은 두 가지다.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가을에 추수한 식량이 다 떨어지는 봄철이면 춘궁기(春窮期)를 겪던 시절이었다. 먹을거리가 없어서 보리싹을 입에 물고 아사했단 얘기를 듣곤 했으니 그 실상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처참했을 것이다. 힘든 그때를 뒤로 두고 푸른 창공과 맞닿은 파란 보리밭을 거니는 시인의 추억이 정겹다. 육감으로 느낀 것을 모두 표현하기 힘들만큼 아름다운 언 땅을 녹이는 남풍의 노래에 몸을 실어본다. / 박용진 시인․평론가




<조명호 시인>

 

선진문학 시부문 등단

선진문학작가협회 운영이사

이첨, 손곡 학술연구사업회 임원

동인시집:선진문학 동인지 민들레 外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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