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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10-12 08:03:25
  • 수정 2019-10-12 15: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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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調整)’은 ‘고르지 못한 것이나 과부족(過不足)이 있는 것 따위를 알맞게 조절함’을 의미한다. 신범돈에게 ‘조정’의 주체는 자연이며, 조정의 대상은 우리 인간이다. 시간과 공간의 삶을 허락한 ‘엄마’와 같은 자연으로부터 인간은 어떻게 자신을 소외시켰는지에 관한 작가의 고민은 <나는 나무에게 ‘조정(調整)’당하고 있다>라는 다소 엉뚱한 전시명의 출발이었다.

                                                                               - 이재걸(미술비평) 中 -


▲ 안성맞춤 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는 신범돈 展 ‘나는 나무에게 ‘조정(調整)’당하고 있다.’(잔상. 360x360x220cm 우레탄폼, 철, 천, 옷, 신발, 신문)


[우리타임즈 = 김영식 기자] 안성맞춤 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는 신범돈 展 ‘나는 나무에게 ‘조정(調整)’당하고 있다.’전시를 통해 ‘마지막이라는 의미와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가 없다면 그저 시간일 뿐인가?’라는 질문으로 시간과 자연, 그리고 조정된 인간을 귀결로 모아가고 있다.


시간은 오늘도 흐르고 계속 흘러왔으며 또 흘러갈 것이라는 막연한 미래예견 속에서 검은 장막으로 둘러쳐진 구도자의 방처럼 경건함이 흐르는 전시장은 이율배반적일지 모르나 광활한 벌판이었다가 이내 수렁으로 빠져들게 만들며 어디든 더 나아가지 못하는 시간의 회오리 속에 머물게 만든다. 필자는 이미 조각가 신범돈 작가에게 그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을 조정 당하고 있었다.


시네마틱한 오브제의 상징적인 면과 사물의 이중성을 표현해 온 조각가 신범돈 작가는 이번 안성미협이 주관한 릴레이展 <나는 신범돈 이다> ‘나는 나무에게 ‘조정(調整)당하고 있다’에서 폐품으로 채워 만든 조형물은 원초적 기억의 보존과 변종, 나무에 조정당하는 초현실적이고 암울한 인간의 미래를 파격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1991년 경인미술대전 최우수상 1992 동아미술대전동아미술상 1996 국전특선을 수상하며 창작의 대열에 들어선 조각가 신범돈 작가는 ‘앤디워홀을 만나다’ 등 파격적인 전시회를 비롯해 새로운 유형과 중의적인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이번 안성맞춤 아트홀의 릴레이展은 지난해 6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된 3번째 개인전 테마를 2019년 10월 연정선상에 그은, 단순히 연관성 없는 사물들의 나열로 느껴지는 비논리적인 이미지들의 초현실주의의 결합방법인 ‘데뻬이즈망(depaysement)기법’을 사용하여 존재와 부재 사이의 이질적인 공간을 ‘조정’으로 정의하며 탄생과 소멸에 대한 법칙을 뒤집어 놓는 심리적 충격을 유도하고 있다. 

 


▲ ‘3018년 9월 21일 20시 25분(210X73X134Cm 철, 천, 신문, 우레탄폼)’





특히 <나는 나무에게 조정 당하고 있다>展 에서 가장 아늑한 자연과 나무라는 소재로부터 조정당하고 동충하초처럼 빨아 먹히는 그로테스크한 상황으로, 자연을 포용과 회귀의 상징으로 이용했던 기존 관념을 깨뜨린 그의 작품 ‘3018년 9월 21일 20시 25분(210X73X134Cm 철, 천, 신문, 우레탄폼)’을 통해 초현실적이고 암울한 인간의 1천 년 후의 모습이 주는 메시지에 전율할 수밖에 없다.


신범돈 작가는 “묵음의 관찰자인 나무가 1천 년 뒤 유한한 돌연변이 생명체인 인간을 압도하고 지배한다는 오싹하면서도 사악한 해학은 타인으로부터 억눌린 욕구를 풀어주며, 생명의 순환과 존속의 중심이 실은 진화가 아닌 돌연변이라고 주장하려한다.”며 “인류의 오만한 침묵이 야기한 나무의 기괴한 묵시록인 ‘나는 나무에게 조정 당하고 있다’展을 통해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신 작가는 “인간의 자만심과 우월감이란 덧없음을 상기하고, 신이나 우주와 같은 ‘절대적 원리’에 대한 인간의 그릇된 환상과 오판이 주는 위험을 환기하고자 한다.”며 “우리는 자연에 의해 ‘조종’되고 ‘조정’되어 존재함으로써 비로소 세계의 진정한 일원이 된다.”고 덧붙여 말한다.


현실에 대한 안티테제, 독특한 묵시록적 발상으로 진화론이 아닌 다운증후군과 같은 非진화를 거쳐 나무의 일부가 되어 빨아 먹히는 인간을 다룬 '나는 나무에게 조정 당하고 있다'展은 인간의 일부를 차지해 가면서 탐욕스러움보다는 우월하고 원초적인 힘을 보여주는 나무를 표현함으로써 신 작가는 정형화를 깬 시간과 생명에 대한 고찰을 깊고 넓게 담아내고 있다.


그는 “자연에의 회귀라는 꿈은 그저 의무적으로 들러붙은 전치사적 망상일 수 있음에 경종을 울리고 싶지만, 실은 자연과 우리가 만들어 나가는 문명의 조화를 꿈꾸고 있다.”고 맺으며 “이번 전시회의 확장판 개념으로, 더욱 구체화된 영상미술로 구상한 전시회를 준비 중”이라는 말도 빼먹지 않는다.


무관심과 방심으로 늘 잃어버리곤 하는 세계의 정신적 가치를 회복하고 인간성의 올바른 정의(定義)를 모색하려 하는 신 작가의 생각 속으로 달려가 (물론, 짧았던 이번전시(10월 12일까지)가 아니더라도) 창조물에 대한 엄숙한 환희와 그의 의도에 조정당하는 것도 공감의 한 방향이 아닐까 반문해본다.


“오랜만에 나는 그곳에서 오랫동안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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