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9-10-11 12:58:32
기사수정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빈 밭에 밤바람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돌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정지용의 시 향수 中 -

 

▲ 가을 날 저물어가는 노을 속에서 본향을 향해 가을기도를 하고 있는 한 소년의 구도(求道)는 정지용 시인의 ‘향수’와 닮아 있다. 꿈속에서도 잊지 못할 어린 날의 희망을 잔잔한 독백으로 풀어낸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들은 가을로, 동심으로 회귀하고 있다.(동산에서(390x130x230 브론즈)

[우리타임즈 = 김영식 기자] 가을 날 저물어가는 노을 속에서 본향을 향해 가을기도를 하고 있는 한 소년의 구도(求道)는 정지용 시인의 ‘향수’와 닮아 있다. 꿈속에서도 잊지 못할 어린 날의 희망을 잔잔한 독백으로 풀어낸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들은 가을로, 동심으로 회귀하고 있다.

 

지난 10월 7일부터 안성맞춤아트홀 갤러리에서는 안성미술협회주관의 ‘2019 안성미술작가 릴레이전’이 펼쳐지고 있다.

 

가을이 디디고 갈 그의 작품 옆에서 조각가인 권용철 작가는 “내 작업의 이미지는 ‘꿈’에서 기인한다. 그것은 나의 작업을 해제하는 하나의 상징이며, 심상이다. 즉, 기표와 기의의 두 가지 맥락을 동시에 갖는 일종의 ‘언표’와 같은 것”이라며, “쉽게 풀어 말하자면, 형상의 사실성과 의미성이 동일하다.”라며 그의 작품전시의 테마에 대해 설명한다.

 

또한 그는 “그간의 개인전이 하나의 성격을 이야기했다고 하면, 이번의 전시는 시간의 공백이 큰 만큼 소재와 주제의 다양성에 있다.”며, “나의 작품은 보다 넒은 의미에서 ‘자연과 꿈’이다. 유년시절과 그 이후의 삶에서, 자연과 꿈이 일관되게 미술적 에너지로 충전되었다.”라고 밝혔다.

 

▲ 꿈-하늘 얼굴’(800x500x800 스테인레스 스틸)

▲ 가을의 꿈(300x100x700 대리석)

스치면, 만지면 곧 무엇이든 붉게 물들을 것 같은 그의 작품 ‘가을의 꿈-회귀’(170x290x500 대리석)에서도, ‘꿈-하늘 얼굴’(800x500x800 스테인레스 스틸)에서도 동심으로의 회귀, 아니, 자연으로의 물듦을 드러내놓고 있다.

 

‘향수’에 등장하는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이슬에 함추룸 휘적시던곳 그곳은’이라는 詩句처럼 권용철 작가가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라고 말하는 본향으로의 회귀는 ‘동산에서(390x130x230 브론즈)’와 안성맞춤랜드에 설치된 ‘동산-풍경보기’(2500x1000, 2500 브론즈)에서 출렁거린다. 

 

“거리를 거닐다 보이는 느낌과 형상, 잠시 떠오르는 이미지를 흡사 크로키의 성격으로 강한물성을 부드러운 선으로 표출하기도 한다. 수년에 걸쳐 제작된 이것들은 형태의 다양성으로 나타나고 있다. 나의 거의 모든 작품들은 ‘소년’의 세계에 머물고 있다. 이 얘기는, 역설적이게도 어른이 되어 체험된 삶의 리얼리티를 소년의 시선에 투영시켜 해소함으로써 본인 자신만의 ‘Na-topia1 를 만들어 가는 것은 아닌지 자문한다.”라고 전하는 권 작가의 음성에서는 짙은 코발트빛 동심이 자연과 어우러지고 있었다.

 

▲ 관계-원의화합(600x400x400 스테인레스 스틸)

▲ 권용철 展 ‘본향을 향한 소년의 구도’는 10월 12일 까지 전시된다.

 

 

그럴 것이 ‘Na-topia1 자연과 유토피아의 합성어인 이 말은 그의 작품 ‘관계-원의화합’(600x400x400 스테인레스 스틸)에서 ‘세상의 안과 밖을 품고 있는 자유로운 형태의 세상을 품고 있는 자연’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본향을 향한 소년의 구도’는 자연으로 귀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나의 작품들은 자연으로 표징 되는 자그마한 우주와 같고, 또한 그것은 우리가 상실해 온 근원적 본향과 같다.”라는 말로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에 서 있는 자신을 강조하고 있다.

 

권용철 展 ‘본향을 향한 소년의 구도’는 10월 12일면 끝난다. 짧은 전시가 아쉽지만 지금이라도 그곳 자연으로 향하시라. 소년의 동심은 내 것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을 테니.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wrtimes.co.kr/news/view.php?idx=11523
기자프로필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김학용후보 배너
윤종군후보 배너
0.안성시 불공정 하도급 신고센터운영
'고향사랑 기부제'
안성 하우스토리 퍼스트시티
한경국립대학교
산책길
공도독서실
임웅재 한영
설경철 주산 암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