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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의 詩가 있는 아침] 꽃무릇에 기대어 / 김미선 2024-03-28
김영식 mmi001@hanmail.net

 

 

 

여름이 기울자

천상에 기댄 사랑이

붉은 변주곡으로 출렁인다

선운사 도솔천을 가로질러

오로라 피어오르고

불굴의 심장들이

숨 가쁘게 내달린다

경계를 뛰어넘은

애틋한 설화가 산허리 휘돌아

첩첩의 적막을 풀어 놓는다

뜨거운 기억이 바람 돋구어

풍경을 부추기면

산허리 위태롭게 흔들린다

핏빛으로 솟구친 활화산이

비껴간 사랑을 지우고

불꽃 한 상 차려진 칠부능선은

핏빛으로 노을진다

환승역을 지나는

낭자한 슬픔이 눈부시다

 

 

 





여름이 기울고 9월 중순이면 선운사엔 꽃무릇이 만개한다. 수선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인 꽃무릇은 붉다. 온 산을 붉게 물들인다. '붉음'이 주는 느낌과 이에 따르는 의미가 다채로울 듯한 기대감을 가져본다.

 

시인의 작품에는 '심장', '활화산', '핏빛 노을' 같은 붉은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시어들이 등장한다. , 붉음일까. 시인의 고유 영역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천상에 기댄 사랑과 비껴간 사랑에 대하여 활활 타오르는 활화산과 심장으로 대신했음에 아픔이 설핏 비친다.

 

철학자 샤르트르는 "문학은 존재에 대한 물음"이라고 했다. 끊임없는 관찰과 사유로 인간과 여러 현상에 대한 탐구를 끝없이 하는 것이다. 시인의 말엔 이미 익은 붉음인 꽃무릇의, 질문의 끄트머리가 있다. 이미 답을 얻었다고 추론해 볼 수 있음은 붉은 만상을 그대로 받아들인, 다음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실컷 붉어진 외연은 그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변주곡으로 출렁이고 시시각각 바뀌는 노을을 환승역으로 불렀다. 어떤 아픔이든지 시인에겐 지난 것이거나, 다시 변화함을 말하고 있다. 변화의 다음은 미학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런 지향성을 가진 시인에게서 탈현상의 방법을 배워본다. (박용진 시인/평론가)

 

 

 

 





김미선 시인

 



2010불교문예로 등단

시집해독의 지느러미를 헤쳐간다

<</span>부산시인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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