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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의 詩가 있는 아침] 움 / 김지헌 2022-09-29
김영식 mmi001@hanmail.net

 


      

흙 속에 묻어두었던 뿌리가

죽을 힘 다해 움을 틔워낼 때

그 움이라는 말

 

맵차던 지난겨울

스티로폼 박스에 갈무리 해 놓았던 대파

그 하얗고 탱탱한 속살에서 뻗어 나온 줄기가

맵고 아리던 생의 기억 숨긴 채

샛노란 새싹 움 틔울 때

세상에 대하여 단단히 채비한 게 분명한 게다

 

움이라는 말

뱃속의 아기가 첫울음으로 우렁차게 문 열어젖히듯

어느 날 노란 대파 줄기 쑥 올라올 때

움이라는 말은 얼마나 힘이 세든가

봄의 움은 태양의 힘으로 자라지만

겨울 움파는 묵은해의 기운으로 자란다

추운 겨울을 버티는 힘이란

묵은 뿌리에서부터 오는 것

매운 성깔로 세상을 당차게 밀고 갈 수 있는 것

움딸, 움쌀, 움집, 움짤, 움트다……,

존재만으로도 소소하고 따뜻한

움이라는 말

 

 

 

 



 

 

''의 사전적 의미는 새로 돋는 싹과 겨울에 화초, 채소를 보관하는 곳, 마음이 언짢을 때 내는 소리 등 여러 의미가 있으며 의미를 부여하기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은 그늘 같은 음지의 느낌을 주지만 접두사로서의 ''은 많은 문학적 효과를 가져온다. 시인은 움에서 어떤 의미를 찾았을까. 몇 센티의 작은 몸집으로 땅을 들어 올리는 새싹처럼 우렁찬 첫울음을 세상에 알리는 아기의 울음처럼 시인의 말에서 ''은 버티는 힘의 다음인 생성과 희망이란 의미를 읽을 수 있다. (박용진 시인/평론가)

                 

 


 

 

 



김지헌 시인

 


 

1997현대시학등단

시집 배롱나무 사원』 『심장을 가졌다3

반연간<</span>한국시인>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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